4월이 다 지나가는 중이다. 단비가 내린다. 비를 만나기가 이리 어려운지 일기예보에는 비소식이 있는데 막상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강우확률이 제시되는데 확률이 99%일지라도 1%의 다른 가능성이 있으니 그럴테지 하고 넘어갔다. 그런 세월이 참 길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파아란 하늘 위에 걸린 구름을 보며 저렇게 아름다운 그림 있을까? 생각하면 굳이 미술관을 찾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빗소리도 마찬가지, 다다다닥 툭툭 등의 소리를 내며 어우러지는 화음(和音)이 그 어떤 음악보다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배경도 한몫한다. 봄이 한창이라 나무가 싱싱하고 잎새의 푸르름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게다가 산들거리는 바람도 좋은 외부성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빗소리에 묻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5월 초순이면 바뀌는 대통령과 새 정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러시아의 모습, 자나 깨나 미사일에 집착하는 북한, 코로나 때문에 대도시를 봉쇄하는 엄청난 중국이 머리를 스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처참하게 슬픔에 빠진 우크라이나 사람도 걱정이지만 곡물류 가격이 치솟고 기름값이 오르니 국내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식당의 음식값부터 시작해 튀긴 닭의 가격도 오르고 아이들 과자 가격도 많이 올랐다. 누구 말대로 월급 빼고는 다 오른 모양이다.

나가는 정부와 새로 들어서는 정부 간 대립도 아름답지 못하다. 떠나는 사람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새로 드는 사람에겐 축하와 당부를 건네는 것이 좋을 텐데, 가시박힌 말을 주고받으며 설전도 불사한다. 뭐 그리 잘난 사람이 많은지? 국민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고 조용히 떠나면 될 것을 내가 아니면 안된다 또는 우리가 아니면 어림없다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쥐어박으려 드니, 수준 이하의 모습으로 비추일 밖에 없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문제도 나가는 마당에 이리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인지 역시 의아스럽다.

한가한 아침이라 잠시 텔레비전을 보는데 제법 중후한 출연자들이 입담을 과시하고 있어 눈길이 갔다. 여러 이야기가 오간 뒤 '가장 필요한 세 가지'를 적으라 하니 출연자 전원이 1등으로 돈을 적었다. 인격, 건강, 책, 예술 등은 고려대상에 없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돈이 일등인 세상이다. 아이나 어른 모두 돈에 목말라하고 돈을 쫓으며 살아가는 이유가 있었구나 생각해 본다. 아이들에게 적성에 따라 전공할 학과를 정해보라는 말대신 돈 잘 벌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를 추천하는 부모님의 사고 역시 잘못된 것이 아닌 셈이다. 힘들고 돈벌이가 안되고 혼자 어렵게 개척해야 하고 외롭게 연구에 매진해야 하는 분야에는 아무도 눈을 주지 않는 세상이다. 또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일까?에 대해 일체 생각하는 일도 없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길은 간단하다. 학교 다닐 때 좋은 성적을 내고, 졸업 이후 세칭 좋은 직업을 가지며 그리고 차곡차곡 돈을 쌓아가는 인생경로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아름다운 봄을 그리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멋진 봄을 노래로 만드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글로 적는 사람도 필요하다. 궂은 일을 하는 사람, 험한 일을 하는 사람,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 등등 모두 우리에게 필요하고 그들이 없으면 사회를 지탱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무엇을 하든 웃으면서 행복을 만들어 오손도손 살 수 있는 마음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할 텐데, 이런 데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아름다운 봄이 옆에 와있고 기다리던 단비도 내려주는 축복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여유는 있을는지?

밖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작고 초라해 보이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모여, 느린 걸음일지라도 행복을 향해 걸어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빈다. 목공실에 앉아 멋진 조형을 건지기 위해 땀을 흘리는 젊은 친구의 모습도 보이고, 아이가 넷이나 있는데 미국으로 건너가 현악기 제작을 배우러 떠나는 사람도 있다. 단비가 더 달게 느껴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뿌옇지만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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